상품을 골라야 한다고요?
그냥 다 하면 안되나요?
상표권은 특정한 범위를 설정하여야만 등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표의 권리범위는 표장 자체에 대한 것과 지정 상품/서비스업에 대한 것으로 나누어지죠. 표장이야 출원인이 원하는 표장으로 만들 수 있지만, 지정상품과 지정서비스업을 선정하는 건 실무자의 역량이 필요합니다.
이 범위를 잘못 설정하게 되면 등록을 받고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질 수가 있어요. 권리범위는 심지어는 실무자라고 해도 상표를 출원하는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기껏 10개월을 기다려서 등록받은 상표, 이 글 하나만 봐도 무용지물이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특허청에서는 통용되는 상품을 34개의 분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서비스업은 11개로 나누고있죠.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하는게 바로 이 상품의 분류입니다.
자, 이 단계에서 한 가지 팁을 먼저 드릴게요. 특허청에 들어가서 상품분류를 확인하실 때 '상품조회'탭이 아닌 '니스국제상품분류'를 기준으로 확인을 하시는게 좋습니다.
왜냐고요?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첫번째는 보기가 편합니다. 상품조회 탭에서는 각 류의 숫자만 적혀있지만, 니스 분류에서는 설명도 함께 볼 수 있죠. 이게 도대체 뭔지 일일이 들어가서 확인하지 않아도 되어요.
두번째는 '해외출원'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상품조회 탭에서 확인할 수 있는건 우리나라에서 정한 분류내용입니다. 니스분류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상품분류죠. 국제출원과정에서 이 지정상품을 전부 번역을 해야하는데, 애초에 니스분류에 따라 상품을 정하면 번역이 용이하고 해외에서 상품명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자, 그러면 이제 정말 지정상품을 선정해 보겠습니다.
류에 대한 설명을 쭉 읽어보시면, 우리의 상품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챌 수 있을텐데요, 주의할 점은 우리가 제공하는 상품의 종류가 많다면 상표를 붙일 '모든 물건'을 지정상품으로 정해야 한다는 거에요.
예를 들어 '헬프미'라는 상표를 미니 공기청정기/미니 가습기/마우스/키보드에 부착하고자 할 때, 이 상품들은 각각 9류와 11류에 속해있어요. 그러면 우리가 출원해야 하는 상표는 총 2개류가 됩니다. (각 분류표에 들어가면 상품의 명칭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CTRL + F 키를 활용해 상품 명칭을 검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정말로 상품의 명칭을 정할 차례입니다. 여기서 실수하기 쉬운 점은, 상표를 출원할 때 '일상 용어'를 그대로 출원서에 적는 것입니다. 운이 좋으면 그대로 등록까지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심사과정에서 '불명확한 상품명'이라는 거절이유가 나올 수 있어요.
따라서 공개된 상품 명칭(aka. 고시명칭) 안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최대한 이 명칭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고시명칭만으로 지정상품을 정하게 되면, 고시되지 않은 명칭을 사용했을 때보다 출원 수수료가 6,000원 저렴해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위 예시를 그대로 가져와 설명을 드리면, 제9류에서 '마우스'와 '키보드'는 고시명칭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단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미니 공기청정기와 미니 가습기인데요, 11류 안에서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찾아보았더니, 상품이 너무나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니'가 붙은 명칭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어요.
이때 어떤 상품명을 선택해야 할까요? 자, 이때는 '용도'를 먼저 생각하시고요, 그 중에서 가장 포괄적인 개념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즉 '미니 가습기'라면 가정 또는 사무용으로 사용하는 한뼘 크기의 전기식 가습기를 의미할 확률이 높은데요, 그렇다면 고시명칭 중 '가정용 전기식 가습기'와 '공기가습기', '전기가습기'가 적절한 선택이 되겠죠.
실무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실 상품 선정의 핵심은 명칭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심사과정에서 선출원상표를 확인하는 기준은 유사군코드거든요. 또 추후 상표권 침해사건이 발생했을 때 권릴를 주장할 수 있는 기초도 마찬가지로 유사군코드입니다. 유사군코드란, 하나의 상품분류 내에서 다시 비슷한 유형의 상품끼리 묶어놓은 군집을 나타내는 코드라고 이해할 수 있어요.
이 부분은 앞에서 다 말하지 못한 '미니 공기청정기'를 가지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먼저 이 물건의 용도를 생각해보면, '가정용', '사무용', 또는 '차량용'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겠네요. 또 작동 원리는 '전기식'일 거에요.
그런데 상품명을 찾아봤더니, 상품이 너무 많습니다. 그냥 공기청정기도 있고 전기식 공기청정기, 휴대용 공기청정기, 자동차용, 가정용까지 있어요. 그러면 이걸 전부 다 지정상품에 넣어야 할까요?
아니요, 사실은 그냥 '공기청정기' 하나만 있어도 나머지 상품들을 전부 포괄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용도나 작동방식, 사용방식이 확장된 개념에 불과하기 때문이에요. 유사군코드를 기준으로 보면, '공기청정기'가 두 개의 유사군코드를 다 가지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죠.
따라서 상품명칭이 너무 많다면, 일단 유사군코드가 여러 개인 군을 정하시고요, 그 안에서 대표적인 명칭을 하나 또는 두 개 정도만 가져가시면 돼요. (다만 같은 유사군코드라고 해도 상품의 명칭이 다른 경우에는 여러 상품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상품이 여러 개라면 여러 분류로 상표를 출원해야 한다.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죠? 그런데 어떤 것은 상품, 어떤 것은 서비스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문제는 상호와 상표가 일치하는 경우에 발생하기 쉬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헬프미'라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택배로 판매하는 '머핀'에 '헬프미'라는 상표를 붙여서 판매한다면, 이때 지정상품은 어떤걸 선정해야 하는걸까요?
1차적으로 생각하면, 제43류의 '카페 및 카페테리아업'만 등록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공간을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헬프미' 카페 안에서 이루어지는 판매행위는 전부 권리범위에 포함된다고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43류만 등록을 받으시면 큰일납니다. 다른 빵집에서 '헬프미'라는 상표를 부착한 머핀을 판매하는걸 막을 수 없게 되니까요.
상품과 서비스는 명확히 분리된 개념입니다. 비록 장소적으로 동일한 공간을 기초로 판매활동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말이죠. 따라서 이 사례에서 헬프미는 상품인 '머핀(제30류)'과 서비스업인 '카페 및 카페테리아업(제43류)' 모두에 상표 출원을 진행해야 합니다.
지정상품 30개 vs 지정상품 2개
승자는?
'잘' 고른 지정상품 2개는, 적당히 선정한 지정상품 30개보다 오히려 더 넓은 권리범위를 가질 수가 있습니다. 지정상품이 몇 개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죠.
자, 그러면 상표 출원을 '똑똑하게' 하는 팁을 정리해 드릴게요. 메모장과 펜을 꺼내서 얼른 메모하세요.ㅍ
첫 번째 팁. 단어의 뜻이 가장 넓은 상품을 선택합니다. 같은 유사군코드 내에 있는 단어라면, 굳이 같은 뜻을 가진 상품을 추가로 선택하지 않아도 돼요.
두 번째 팁. 최대한 많은 유사군코드를 확보합니다. 상품 중에는 여러 유사군코드를 가진 상품이 있는데요, 이 상품을 가장 먼저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유사군코드에 속하는 상품 중 우리 상품과 유사한 상품 명칭을 선택하시면 돼요.
세 번째 팁. 때에 따라 유사군코드를 확장합니다. 같은 분류 내에서, 앞으로 취급할 계획이 있는 상품이 있다면 이 상품 또한 미리 출원을 하세요. 꼭 계획이 있는 것이 아니어도 '통상적으로' 함께 생산/판매/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상품들은 선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팁에 따라 선정된 상품들은, 일반적인 경우라면 20개 이상이 되지 않습니다. 상품이 20개 이하라면, 기본 관납료만 부과되기 때문에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부가적인 장점도 있죠.
비용도 아끼고 권리범위도 넓게 가지는 실무자의 진짜 팁, 특허가 부럽지 않은 상표권을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