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만 하면 끝아니에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요?
특정한 권리를 부여받는 방식은, 그 권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권리는 '신청'만 하면 되지만, 또 다른 권리는 '특별한 확인'을 받아야만 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상표권에 대해 전자, 즉 신청만 하면 전부 받아들여지는 권리라고 생각하시지만 사실은 후자에 속합니다. 등록이 되기 위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특허청 심사관의 확인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상표를 등록받기 위한 요건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2019년 기준, 전체 상표 출원건수는 221,507건이었는데요, 이에 반해 등록이 이루어진 건수는 125,594건이었습니다. 예년도 다르지 않아요. 지난 10년간 상표의 등록률은 50~60%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무슨 이유로 이렇게 등록률이 낮은 걸까요? 바꿔 말해 높은 확률로 '상표 등록 거절'이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 '선출원상표의 존재'와 '식별력의 부재' 때문입니다.
상표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제33조만 하더라도 7개의 호로 세분화되어 있고요, 34조 1항은 21개의 호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자주 보게 되는' 거절의 사유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선출원의 존재'와 '식별력의 부재'입니다.
상표는 선착순입니다. 동일한 명칭은 오로지 한 명만 등록을 받을 수 있어요. 이는 상표권의 권리범위에 '타인의 사용, 등록을 배제하는 효과'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못 쓰게 하기 위해 등록을 받는 것인데, 내 뒤에 출원한 누군가도 등록을 받을 수 있다면 상표를 가질 의미가 없어지죠.
반면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단어'는, 어느 누군가가 독점을 하는 것이 불합리합니다. 예를 들어 '키보드' 상품에 대해 '타자기'라는 상표를 등록 받을 수 있다면? 등록시점 이후에는 어느 누구도 '타자기'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가정만 하더라도 말이 되지 않죠.
등록거절사유를 밀리 안다는 것은 출원전략을 설정하는 기초가 됩니다. 손 안에 목적지까지 가는 지도, 그것도 위험한 길을 표시한 지도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아요.
그러면 이 위험한 길,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까요? 시작은 상표와 지정상품을 선정하는 것부터입니다. 이 상표가 등록이 가능한지 검토를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표장과 상품이 정해져야 하는데요.
이 다음이 정말 중요합니다. '소거법'에 따라 위험한 길은 배제하고, 그 중에서 목적지에 도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길을 찾아내야 하죠.
자, 그럼 이제 본론입니다. 어떻게 해야 등록이 어려운 상표를 가질 수 있을까요? 각각의 거절이유별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실무자로서 단호하게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가지고 싶은 상표를 누군가가 이미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상표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표의 전체 변경이 불가한 경우에는 그 '일부'를, 특히 명칭의 일부를 변경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이때 주의할 점은 원래의 상표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의 변경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bella'라는 선출원권리가 있는 상황이라면, 'bellus'라고 변경을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위 단어는 예시일 뿐, 실제 사건과는 무관한 상표입니다)
하지만 이미 상표를 전부 찍어낸 상황이라면, 상표 자체를 바꾸기는 곤란할 수가 있습니다. 이때는 지정상품을 변경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지정상품에 관한 내용은 지난 편에서 한 번 설명을 드렸는데요, 상표는 '특정한 상품'에 대해 가지는 권리입니다. 키프리스 검색을 해보았을 때, 동일한 명칭의 상표를 여럿 발견할 수 있는 이유죠.
따라서 변경은 불가하고, 상표권은 '꼭' 필요한 경우에는 임시로 '일단은 가능한' 상품만으로 출원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만일 출원 전에 선권리가 존재한다는걸 인지하지 못한 경우, 평균 6~7개월이 지난 시점에 심사관은 '거절이유통지서'를 발송하게 됩니다.
이 통지서의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선출원 상표가 존재하여 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의 아래쪽에 "단, 이 지정상품을 제외하면 등록을 받을 수 있다."라는 말이 적혀 있는데요.
이때 문제가 되는 상품을 전부 삭제한다면(이 경우 보정료가 추가로 발생됩니다), 2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출원공고통지서'라는 것이 나옵니다. 이 서류를 받았다면? 이제 한 숨 돌릴 수 있는 것이죠.
검토 결과 식별력이 부족해 등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었다면, 식별력이 있는 다른 단어를 부가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어폰' 상품에 대해, '인이어'라는 단어는 식별력 부족으로 인해 거절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때 '헬프미 인이어'와 같은 형태로 변경을 한다면 등록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죠.
또는 명칭은 그대로 두고, 도형을 더해 출원을 하는 전략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표장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단어' 뿐만 아니라 '도형'도 해당이 되기 때문인데요.
다만 도형을 부가할 때는 (1)최소한 그 도형의 표현방식이 '특이'해야 하고 (2)문자에 비해 크기가 커야 하며 (3)동일한 형태의 선출원상표가 없어야 하고 (4)단어를 도안화 한 경우 그 단어를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도안화 되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도형을 부가해 등록을 받은 경우, 이 때 권리의 범위는 오로지 '도형'에만 있다는 점도 기억을 해두어야 하는데요. 즉, 원래 식별력이 없었던 단어를 다른 사람이 못쓰게 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알려드린 몇 가지 전략, 이것만으로 여러분의 상표가 등록이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지게 되는데요, 하지만 전략은 전략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사용해야만 의미가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그 이유는, 전략을 잘못 사용할 경우에는 원래 가지고 싶었던 권리와는 한참 동떨어진 권리만을 가지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위 전략 중에서 지정상품의 일부를 제외하고 출원한 경우, 결국 제외한 상품에 대해 우리는 권리를 가질 수 없습니다. 게다가 선출원상표권자가 우리에게 '쓰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또한 등록은 'bellus'로 받았는데, 사용은 'bella'로 한다면? 타인이 'bella'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어떠한 제재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권리자의 경고장을 받게 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전략의 사용은 신중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우리 사업에 어떤 영향이 올지 현재는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